언론 칼럼

대통령 아들과 비리 의혹

강병국변호사 2011. 6. 3. 00:21

<정동칼럼> 대통령아들과 비리의혹
[경향신문]|2002-04-19|06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1974자
장제스(蔣介石) 전 대만 총통은 재임시 큰 며느리에게 권총을 보석함에 넣어준 일화로 유명하다. 부패와 손잡으려면 자결하라는 무언의 경고였다.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연루 의혹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큰아들인 김홍일 의원이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하여 의혹을 산 데 이어 둘째 아들 홍업씨가 아태평화재단의 자금 운용과 관련하여, 셋째 아들 홍걸씨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등 이권 사업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규선씨로부터 최소한 9만달러를 얻어쓴 것과 관련하여 의혹을 사고 있다.대통령의 아들들이 각종 검은 거래에 연루되어 국정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비극이자 희극이다. 비극적 성격은 대통령의 아들이 이권 획득의 표적이 된 점에서 나타난다. 그것은 항간의 인심이 파충류처럼 밑바닥을 기고 있다는 징후에 다름 아닐 것이다. 대통령의 아들 그 자신의 잘못보다는 그에게 줄을 대 이권을 챙기려 한 측근들의 불순한 인심이 더욱 가련하게 느껴진다. 희극적 요소는 5년 전 김영삼 정부 때 발생한 일이 똑같이 되풀이된 점에서 나타난다. 소통령으로 통했던 대통령의 아들이 수의를 걸친 모습으로 추락하는 것을 보고서도 태연히 그것을 재연한다면 코미디가 아니고 무엇인가.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부패감시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국가별 부패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91개국 중 42위였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 4위, 홍콩 14위, 일본 21위, 대만 27위, 말레이시아 36위에 비교할 때 창피한 수준이다. 특히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3위이고, 총교역규모가 세계 12위, 외환보유액이 세계 5위,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36위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이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님을 말해준다.

권력이란 이름의 감로주에는 온갖 잡벌레들이 들끓게 마련이다. 철저하게 방충제.방부제 처리를 하지 않는 한 권력은 골다공증에 걸려 파멸을 맞게 되어 있다. 권력은 말할 것도 없이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하여 국민이 공복들에게 맡긴 결정권 내지 집행권이다. 부정부패의 온상은 그 공복들이 국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권력을 사리사욕을 위해 남용하는데서 비롯된다.

작은 권력이든 큰 권력이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이권을 낳고 이권은 불나방들을 끌어모은다. 불나방들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부패시키게 마련이다. 부패를 막을 수 있는 권력통제 장치를 거미줄처럼 짜지 않는 한 부패와의 전쟁은 참패를 면할 수 없다. 권총을 쥐어주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권력층이 스스로의 발목을 묶는 자승자박의 실천의지가 없고서는 부패게이트는 언제나 일과성의 비분강개로 그칠 뿐이다. 부패를 허용하면 사악한 사람이 성공하고 선량한 사람이 착취당하는 사회가 되고 만다. 부패는 권력의 정당성을 상실케 하여 사회혁명의 도화선이 된다.

대통령제 정부형태 하에서 대통령은 정책방향을 결정짓는 조타수라고 할 수 있다. 참된 민주국가의 대통령이라면 그 권능에도 많은 제약이 가해지게 마련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사실상 권력에 대한 통제장치의 축적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민주주의 체제가 완숙기에 이르지 못한 이 땅에서 대통령은 여전히 제왕적 색채를 띠고 있고 당분간은 그럴 것이라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선진민주국가의 대통령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진 탓에 더 많은 책임을 짐이 마땅한 이 땅의 대통령이 역사 발전에 기여하는 길은 무엇일까.

노벨평화상도 좋고 햇볕정책도 좋지만 대통령이 이 땅 민주주의의 토대를 굳건히 한 제2의 건국의 아버지로 남는 최선의 방책은 부패 추방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 때 "이 나라가 5,000년동안 썩었다"고 일갈한 바 있다. 썩을 대로 썩은 이 나라에서 제2의 건국운동을 표방한 현직 김대중 대통령이 청사에 남을 큰 일을 한다면 그것은 단연코 부패 추방일 것이다. 또한 그것은 누구보다 그의 아들들이 가슴에 깊이 새겨보아야 할 일일 것이다.

강병국 / 변호사 bkk@henem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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