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경위>
유통업에 종사하는 중소상인 75명으로 구성된 조합(이하 ‘원고’라 함)이 대규모 점포(건축법상 판매시설) 용도로 지정된 토지 위에 판매시설(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신축하고자 관할구청에 건축허가신청을 하였는데, 구청장(피고) B는 2011. 4. 14. “현재 울산 지역에 운영 중인 대형마트 14개 중 북구에 4개가 입점한 상황에서 외국계 대형할인마트 D의 추가 입점시 인구에 대비하여 대형마트에 과다하게 입점하여 포화상태가 됨에 따라 할인점간의 과다출혈경쟁으로 인하여 소규모 점포와 재래시장이 몰락하게 되며, 기업형 슈퍼마켓의 다수 입점과 대형마트 증가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실정에서 D 입점시 중소상인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서민경제 전체적으로도 득보다는 실이 많은 등 지역경제 발전에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건축허가신청을 반려하는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울산광역시 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정심판위원회’라 한다)에 건축허가신청반려처분 취소심판을 청구하였고, 행정심판위원회는 2011. 5. 6. 피고 B의 위 2011. 4. 14.자 건축허가신청반려처분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인용재결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1. 5. 17. 피고 B에게 다시 건축허가를 신청하였는데, 피고 B는 2011. 6. 20. 아직까지 중소상인과 대형유통기업 등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나 중소상인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못했고, D 입점에 따른 지역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다시 원고의 건축허가신청을 반려하는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2011. 6. 24. 행정심판위원회에 건축허가의무이행등 심판청구를 하였고, 행정심판위원회는 2011. 7. 18. 피고 B의 위 2011. 6. 20.자 건축허가반려처분의 취소 및 건축허가 처분 이행을 재결하였다.
원고는 2011. 7. 19. 다시 건축허가를 신청하였고, 피고 B는 2011. 8. 23. 위 2011. 4. 14.자 및 2011. 6. 20.자 반려처분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건축허가신청을 다시 반려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행정심판위원회는 2011. 8. 30. 원고의 건축허가신청에 대하여 직접 건축허가처분을 하였다.
피고 B는, 울산지방법원 2012고단1859호로 앞서 본 바와 같은 내용으로 직권을 남용하여 원고의 건축허가 처분에 대한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었고, 위 법원은 2013. 1. 17. 피고를 벌금 1,000만 원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3. 1. 25 확정되었다.
원고가 건축허가신청을 3차례에 걸쳐 반려당함으로써 건축이 지연되어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구청장 B와 구청 C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데 대하여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지연된 건축허가일수에 해당하는 일실 차임과 보증금에 대한 시중금리 상당의 이자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였다.
<법원의 판단>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행정심판에서 취소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며,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피침해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등 참조).
먼저 피고 B가 2011. 4. 14. 한 반려처분에 관하여 살펴본다. 건축허가권자는 건축허가신청이 건축법 등 관계 법규에서 정하는 어떠한 제한에 배치되지 않는 이상 당연히 같은 법조에서 정하는 건축허가를 하여야 하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없는데도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사유 이외의 사유를 들어 요건을 갖춘 자에 대한 허가를 거부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두8946 판결 등 참조). 이를 뒤집어 보면,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면 관계법령에서 정하는 제한사유 이외의 사유를 들어 건축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 할 것이다. 피고 B는 중소 상인 보호라는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2011. 4. 14. 위와 같은 반려처분을 하였고, 당시로서는 위 행위가 법률상 가능한 재량 범위 내의 것이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두고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피고 B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시킬 만한 고의 또는 과실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피고 B가 한 2011. 6. 20.자 반려처분 및 2011. 8. 23. 반려처분에 관하여 본다. 행정심판법 제49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재결은 피청구인과 그 밖의 관계 행정청을 기속하고, 당사자의 신청을 거부하거나 방치한 처분의 이행을 명하는 재결이 있으면 행정청은 지체 없이 이전의 신청에 대하여 재결의 취지에 따라 처분을 하여야 한다. 위 법규에 따르면,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이 있은 후에는 피고 B가 재량으로 판단해서 다시 반려처분을 할 여지는 없다. 그런데 피고 B는, 2011. 4. 14.자 건축허가신청반려처분을 취소하는 2011. 5. 6. 행정심판위원회의 인용재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2011. 6. 17. 및 7. 18. 각 재신청한 건축허가 신청에 대하여 2011. 6. 20., 8. 23. 각각 재반려 처분을 하였다. 위 각 재반려처분은 법규에 반하여 피고 B가 할 수 없는 처분을 한 행위로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된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위 각 재반려처분은 지역 내 중소 상인을 보호하고 지역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공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정청이 하여야 할 최소한의 의무가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므로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다툰다. 피고 B는 C의 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구청장으로서 누구보다도 충실한 법 집행에 힘써야 하는 사람이며, 그가 내리는 결정은 정치적 고려에 앞서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중소 상인 보호라는 가치가 이 사건 부지 매입에 거액을 투자하고 행정관청의 건축허가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 원고의 이익이나 대형 유통점의 신설로 인한 긍정적 경제효과, 소비자들이 얻을 편익 등의 가치를 가벼이 덮을 만큼 우월한 공익이 된다고 확정할 수 없고, 법률상의 권한을 넘어선 행위가 공익을 추구한 결정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객관적 정당성을 획득한다고도 할 수 없다. 행정청의 처분은 기본적으로 공익을 전제한 결정이므로 이런 논리라면 어떤 위법·부당한 행정처분도 공익을 위한 행위였다는 점을 내세워 객관적 정당성이 있어 불법행위 책임을 면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중소상인 보호라는 공익이 더 우월하다는 ‘의견’을 피고들이 가질 수 있지만, 명문의 법률을 어겨가면서까지 그 의견을 강행해도 된다고 단언하는 것은 독선에 불과하다. 최선도, 최악도 동시에 낳을 수 있는 개인의 독선이 폭주하는 위험을 막기 위해 법치주의가 존재하는 것이다. 개별 사안에서 개인이 공익이라고 믿는 신념에 일반 원칙인 법률이 양보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용인될 수 없으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피고 B는 직접 불법행위를 한 당사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C청은 피고 B와 각자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그 소속 공무원인 피고 B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울산지방법원 2013. 9. 4. 선고 2011가합558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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