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

자대 배치후 1개월20일만에 자살한 사병에게 공무상 사망 인정한 판례

강병국변호사 2013. 2. 3. 18:46

신병교육을 마친 후 자대배치되면서 경리업무를 맡은지 1개월20여일만에 자살한 사병에 대하여 국가유공자에 해당된다고 본 하급심 판례(확정)

부산지방법원 2012. 12. 7.선고 2012구합2437 국가유공자유족등록거부처분취소

 

<사건의 경위>

김○○(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4. 2. 23. 육군에 입대한 후 같은 해 4. 3. ○군단 ○포병여단 ○포병대대 본부포대(이하 ‘소속부대’라 한다)에 전입하여 대대 인사과 경리계원으로 근무하다가, 소속여단 회계지도를 위한 검열 직후인 같은 해 5. 24.16:30경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사무실을 나간 뒤, 다음날 09:25경 소속부대로부터 약800m 떨어진 야산의 소나무가지에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매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는 2005. 4. 4. 피고에게 망인이 순직군경에 해당된다며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5. 9. 13.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 후 2005. 10. 11. 원고에게 “망인은 군복무 중 목을 매 사망한 자로 이는 법에 규정된 순직군경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유족요건 비해당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2010. 12. 14.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구분에 관한 사항을 재심의하라는 내용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 등을 추가로 제출하면서 국가유공자유족 재등록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1. 5. 3.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 후 2011. 5. 26. 원고에게 “망인이 소속대에 전입하여 경리계원으로 보직된 뒤 2004. 4. 6.부터 같은 해 5. 24. 사망할 때까지 과중한 업무를 하고, 상급자의 감독·관리 소홀이 있었으며, 업무처리과정에서 상사의 질책이 있었으나, 그 이외에 군 내부에서 폭행 및 가혹행위가 있었던 기록이 확인되지 않아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과도한 스트레스 환경에 처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사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유족요건 비해당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의 주장>

망인은 부대 전입 직후 제대로 된 업무 인수인계도 없이 신병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경리업무를 담당하여야 했고 간부들로부터 질책 등 가혹행위를 당해 내무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우울증 증세가 심해졌으며, 이에 따라 지도검열 과정에서 격정적 우울증이 나타나 자살에 이르렀다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군 복무 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반대되는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법원의 판단>

군인이 군 복무 중 자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도 법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 소정의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그 사망이 자살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의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36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앞서 본 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은 정상적인 학창생활을 보냈고, 군 입대 전까지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없었던 점, ② 망인은 신병교육을 마치고 소속부대에 배치되자마자 기존에 접한 적이 없는 경리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전임자의 전역으로 경리업무의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사과 소속 대위 홍○○와 중사 김○○도 전역 또는 전출예정자이고 그 주특기가 경리가 아니어서 망인의 경리업무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한 점, ③ 망인이 경리업무를 담당하고 2달도 되지 않아 예산회계 근무지도가 있었고, 이를 혼자 준비하면서 잦은 야근을 한 점, ④ 망인이 예산회계 근무지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미흡한 사항을 지적받은 직후 자살한 점, ⑤ 망인이 당시 만 20세로서 사회경험이 일천하였고, 군에 입대하여 소속부대에 전입한 직후여서 경리업무의 미숙함에 대해 상관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음에 따라 상당 기간 긴장 상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왔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⑥ 군 복무 여부를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선택할 수 없는 현재와 같은 징병제 하에서 친구들과 사회·가정으로부터 격리되어 일체의 생활을 부대 내에서 하다 보면 개인에 따라 적응의 정도와 적응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고, 특히 입대 초기의 적응단계에서 정서장애, 행동장애 등을 겪을 수 있는데, 규칙을 잘 지키고, 책임감이 강하였던 망인의 성격상 익숙하지 않은 경리업무를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계속해야 한다는 상황이 망인에게 상당한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⑦ 군대 내의 고유한 지휘체계 내지 계급제의 특수성, 당시 망인의 지위가 이병에 불과하였던 점을 고려할 때 망인이 자신의 상태를 상관에게 호소하여 업무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⑧ 망인에게 위와 같은 군 복무 중의 어려움 이외에 달리 여자문제, 가족문제 또는 군대 내 구타문제 등의 자살할 동기를 찾아 볼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군 입대 초기에 지휘관의 적절한 관리가 없는 상태에서 과중하고, 익숙치 않은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극심하던 와중에 예산회계 근무지도 과정에서 여러 지적 등을 받음에 따라 장래에도 계속적으로 경리업무와 관련하여 받게 될 지적 등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 등의 정신적 압박까지 겹쳐서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망인의 군 복무수행과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