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칼럼

무죄 판결은 권력분립의 표현이다

강병국변호사 2011. 6. 3. 00:30

http://www.bigkinds.or.kr/search/totalSearchView.do?news_id=01100101.20100123100000260

<시론> 무죄 판결은 권력분립의 표현이다
[경향신문]|2010-01-23|23면 |40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1719자
집권당이 국회 의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정국에서 사법부마저 한통속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권이 초록동색이 돼 안하무인식 국정운영을 하면 머지않아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파국에 이른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미디어법, 4대강 예산 등의 강행처리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기에 정치·사회적 갈등이 체제 내에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이 현 정부에 주는 충격과 상처는 심각해 보인다. 만약 상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다면 이는 이명박 정부에 언론을 탄압한 정권이라는 낙인을 찍을 것이다. 이것이 1심 무죄 판결에 여권과 검찰이 격렬하게 반응하는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3심 제도하에서 1심 판결에 오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상급심에서 교정될 것이므로 논리적ㆍ법리적 대응이 정석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촛불시위를 겪은 뒤 정부는 이른바 ‘법치’를 강조하며 일벌백계로 치달았다. 신공안정국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집시법 위반 혐의로 시위대를 무더기로 기소하고, 아고라 등 인터넷 게시글을 수사의 표적으로 삼았다. 임기가 남아 있던 KBS 사장에게 사퇴 압력을 가하다가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벌인 끝에 해임했다. KBS 사장에 대한 해임 논의를 반대하던 신태섭 동의대 교수는 대학의 승인 없이 KBS 이사가 되었다는 이유로 교수직에서 해임되고, 교수직에서 해임되었다는 이유로 KBS 이사직에서 해임당했다.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던 YTN 노조원들이 해고당했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연행돼 구금되었다.

이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4월 미네르바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사퇴 압력에 맞서다가 괘씸죄에 걸려 배임죄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도 거들었다. 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법원은 촛불집회 참가자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이에 화답했다. 뒤이어 대법원은 신태섭 교수에 대해 동의대의 해임이 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이 무렵 정연주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처분이 잘못이라는 행정법원 판결이 있었다. YTN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가 무효라는 1심 판결도 나왔다. 법치주의가 대통령의 뜻을 관철시키는 통치의 창이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방패임을 실감케 했다.

새해 들어 강기갑 의원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사건 무죄 판결과 용산사건 수사기록 공개 결정이 검찰의 격앙된 반감을 샀다. 강 의원 사건은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한 검사의 잘못이 부각되지도 않은 채 근거 없이 법관의 성향이 의혹을 샀다. 이어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무죄 판결과 제작진에 대한 무죄 판결이 뒤따랐다.

정권의 구미에 맞는 법원은 권력분립의 정신에 반한다. 헌법이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한 이유가 무엇인가.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지 말고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가 되라는 것이다. 아직 상소심이 남아 있어 사법부의 최종 결론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 현 정부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관해 자제심을 잃고 검찰권이라는 칼을 분별 없이 휘두른 점은 분명해 보인다. 피디수첩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을 계기로 현 정부는 집권 전반기의 국정운영에 독선과 아집은 없었는지 겸허하게 성찰할 일이다. 그것이 갈라진 세상을 한 덩어리로 뭉쳐 실용주의에 다가서는 길일 것이다. 사법개혁 운운하며 법원을 손봐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충수가 될 뿐이다.

강병국 변호사

 

'언론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스타파에 실린 칼럼 2017년2월  (0) 2017.03.19
대우 사태 본질을 보자  (0) 2011.06.03
'투기 시대' 최부잣집 교훈  (0) 2011.06.03
못 지키는 法, 안 지키는 法   (0) 2011.06.03
대통령 아들과 비리 의혹  (0) 2011.06.03